[정현권의 감성골프] 매일경제 이코노미에 연재합니다.

관리자
2026-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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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이 편해야 골프가 편하다 [정현권의 감성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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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마지막 날 18번홀 그린에서 우승 퍼트를 앞두고 있는데 아내의 출산 소식이 들려오면 퍼터를 내려놓고 바로 떠나겠다.”

1999년 US오픈에서 필 미컬슨(56)은 첫 아이를 출산할 예정이던 아내 에이미와 연락하려고 무선 호출기를 들고 마지막 날 라운드에 나섰다. 페인 스튜어트와 17번홀(파3)에 공동 선두로 들어선 미컬슨은 2.5m 버디 퍼트를 놓쳤다.

그 사이 스튜어트는 1m 버디 퍼트를 집어넣었다. 스튜어트는 18번 홀에서 역사상 가장 긴 ‘승리 퍼트’로 상징되는 5.5m 파 퍼트 성공으로 우승했다.

“아이를 잘 맞이하세요. 아버지가 되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은 없습니다.” 스튜어트가 우승 직후 미컬슨에게 던진 위로와 격려이다. 아이는 바로 다음날 태어났다.

2010년 마스터스 우승자 미컬슨의 순애보는 전 세계 골프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우승 확정으로 

18번홀 그린 주변에서 기다리던 아내 에이미와의 긴 포옹 장면이 27초 동안 전세계로 전파를 탔다. 

당시

 에이미는 유방암 투병 중이었다.

미컬슨은 걸출한 실력에다 그동안 가정적인 골퍼로 여겨졌다. 이런 그가 최근 성 스캔들에 휩싸여 오랜 

세월 그를 사랑했던 팬들은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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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일부 매체에 따르면 미컬슨이 골프장에서 성추행 사건으로 회원 자격을 박탈당했다. 

골프 클럽 여성 직원을 상대로 ‘부적절한 비동의 신체 접촉’을 했다는 이유에서다.

미컬슨 변호사 측은 ”예전의 모든 오해는 해소됐는데 다른 잘못된 정보가 유포돼 과거 사과했던 사건을 들추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한다. 미컬슨은 2015년 오랜 친구의 아내에게 부적절한 사진을 보내 구설수에 올라 공식 사과했다.

2013년 디오픈 챔피언십 우승 때 아내와 세 자녀를 껴안고 기쁨을 나눈 미컬슨 가족에게 이런 소식이 사실이 아니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이 시대 불세출의 골프 영웅 타이거 우즈에 이어 

또 한 명의 영웅을 추문으로 나락에 보내버리고 싶지 않아서다.

당대 골프 황제 우즈를 그나마 견제하며 팬들에게 감동을 안겨준 선수가 미컬슨 아니던가. 

우즈는 전성기 때 외도로 이혼 이후 번번히 약물과 음주 사건에 휘말려 이젠 골프가 아니라

 인생 내리막길을 걷는 중이다.

“골프는 가정에서 나온다”라는 말이 있다. 아내와 다투었거나 집에 무슨 불편한 일이라도 

있으면 그 날 골프에 집중하지 못한다.

가정 분위기도 좋은 데다 골프 스코어와 분위기마저 훈훈하면 행복 도파민이 팍팍 솟구친다. 골프에 환경 요소가 그만큼 중요하다.

역사상 가장 모범적인 골퍼 영웅으로 잭 니클라우스(86)가 꼽힌다. PGA 투어 73승에다 메이저 대회 

18승으로 남자 골프 역사상 최다 메이저 우승 기록 보유자이다. 경기에선 정직함과 스포츠맨십 상징이다.

은퇴 후에는 아내 바버라와 ‘니클라우스 어린이 건강재단(Nicklaus Children’s Health Care Foundation)‘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수많은 어린이가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도록 막대한 기부를 이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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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이름을 건 대회를 열어 수십 년간 병원과 지역사회를 위한 기금을 모았다. 더불어 전 세계 수백 개 골프장을 설계해 골프 산업 발전에 기여했다.

환경과 지역 특성을 고려한 설계 철학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1960년 결혼한 아내 바버라와 평생을 해로하며 다섯 자녀를 키웠고 가족 중심 삶을 살아온 선수로 존경받는다.

아널드 파머(1929~2016)는 숱한 대회에서 우승해 킹(The King)이란 별명이 붙었다. PGA 62승, 메이저 대회 7승 보유자이다.

지금은 그의 이름 대신 사람들은 빨강-노랑-녹색 우산을 먼저 떠올린다. 위대한 골퍼이지만 

그의 이름을 딴 패션 브랜드가 더 알려져 있다.

그는 현대 골프를 귀족 스포츠에서 대중 스포츠로 만든 인물이다. 열정적인 경기 스타일로 

‘아니스 아미(Arnie’s Army)‘라는 열성 팬덤을 만들었다.

그 역시 은퇴 후에는 자신의 이름을 딴 어린이병원과 여성병원을 설립해 사회에 헌신했다. 

수많은 어린이 환자와 가족을 지원하는 활동을 평생 이어 갔고 장학사업과 의료지원, 청소년 프로그램에 지속적으로 기부했다.

사인을 거절하지 않는 선수로 유명했고 경기 후에는 팬들과 오랜 시간을 보내며 골프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경쟁자와 캐디, 대회 관계자를 항상 존중하는 태도로 ‘신사’라는 별명도 얻다. 겸손하고 친근한 성품으로 골프계 안팎에서 깊은 존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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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의 골프 영웅 게리 플레이어(91)도 빼놓을 수 없다. 메이저 9승을 기록한 전설적인 선수이다.

그는 골프뿐만 아니라 건강한 삶과 사회공헌을 평생 실천했다. 본인 명의 재단을 통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교육시설과 장학사업을 오랫동안 지원했다.

자선 골프대회를 열어 의료와 교육 기금을 마련했고 어려운 환경에 처한 어린이들을 후원했다. 인종 차별 정책이 존재하던 시대에도 실력에 따른 공정한 경쟁을 강조하며 흑인 선수들과 교류를 이어 갔다.

평생 금연과 절제된 식생활, 꾸준한 운동을 실천하며 ”건강도 하나의 책임“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80세가 넘어서도 꾸준히 운동하는 모습으로 많은 사람에게 귀감이 된다.

세 사람 모두 공통된 삶을 살았다. 우선 뛰어난 경기력으로 골프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동시에 골프 대중화와 발전에 크게 헌신했다는 점이다. 말년에는 골프로 평생 일군 명성과 

부를 사회에 환원했고 자선 활동과 사회공헌을 몸소 실천했다. 특히 골프 발전과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과 의료 지원에 힘썼다.

골프를 통해 보여준 정직과 스포츠맨십을 가정에도 그대로 적용했다. 오랜 결혼생활과 가족에 대한 책임감으로 사생활에도 큰 구설 없이 안정적이고 모범적인 가정생활을 영위했다.

실력과 인품, 사회 공헌을 모두 갖춘 골프 전설들이다. 잭 니클라우스, 아널드 파머, 게리 플레이어가 ‘위대한 챔피언(Great Champions)’이자 ‘위대한 인격자(Great Gentlemen)’로 기억되는 이유이다.

가정이 편해야 골프가 편하다. 그래야 가족의 환대 속에 귀가해 그 날의 여운을 되새기며 편안하게 잠자리에 든다.

정현권 골프칼럼니스트/전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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